이틀 후에 결과가 나오니 뭔가를 정리하기에 이른감이 있지만 오늘 불현듯 한번쯤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써보기로한다.
내 독일어공부는 학교 교양 독일어 수업으로 시작했다. 수업은 그냥 재밌게 들었는데 수많은 문법적 요소들을 정말 하나도 외우지 않았다. 나는 외우는걸 너무너무 싫어하는데, 뭘 어떻게 해야할지 그림도 못그렸던것 같다. 나는 대부분의 배움을 '이해'로 접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교수님 하는 이야기는 다 들어도 언어의 시작은 암기인데 그걸 너무 간과했다. 내 대학성적에 C는 딱 두개였는데, 하나는 엄청 괴롭게 교생하면서 400호 캔버스 작업을 해야했던, 그리고 너무너무 싫었던! 졸업작품제작수업이었고 다른 하나가 독일어다. 계절학기로 학점 만회해보고 싶었는데 그래도 b였던것 같다. 생각해보면 학점에 다른 책임을 크게 되는 대학수업에서 언어수업을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듣는것은 현명하지 않다. 왜냐면 이미 잘 하는 사람들이 못하는척 하고 앉아서 학점사냥을 해가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교양수업을 들을때 독일 유학에 대한 흥미가 있었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내가 나이가 많은데 새로운 언어를 배워 독일에서 공부를 한다는게 너무 어리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첫번째 계기는 고모부가 유럽여행 다녀오라며 비행기 표를 끊어 주었던 일이다. 4학년 여름에, 내 나이 29에 처음 유럽여행을 가봤는데 독일이라는 나라에 살 만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때 이미 유학을 염두에 두고 독일 여러도시를 돌아보는 여행을 계획하긴 했다. 도시의 느낌, 주거 환경을 살펴보고 싶었다. 그리고 사실 여러모로 반했다.
할아버지가 졸업선물로 용돈을 많이 주셨는데 이걸 밑천삼아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야겠다 했다. 내 나이는 워킹홀리데이를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한에 있었고 당시에는 가서 3,4개월 언어를 하고 일을 하며 돈을 더 모아보자 라는 생각이었지만 결국 언어공부만 하게되긴 했다.
처음 정착한 곳은 베를린이었다. 뭐.. 다른 여지가 없었다. 명실상부한 컨템포러리 아트의 도시이니까. 친구가 추천해준 학원에 다녔는데, 여러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 가격대에 꽤 괜찮은 학원인것은 맞는것 같았다. 주4회 수업이었고 아침9시부터 11시30분 까지 였던것 같다. 나는 독일어에 동사변화가 있고 관사가 두종류가 있고 성이 3개가 있고 격이 4개가 있다 정도만 알지 그 내부에 실제로 한 동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내용을 외워서 채워넣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한마디로 문법이 약했다. 대화에서의 유연성이나 눈치는 꽤 있는 편이라 말은 조금씩 나아지는것 같았지만 내가 독일어를 알고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참 중요한점은 초기에 영어와 독일어 사이에 셧터가 내려가는 것이다.
내가 영어를 아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어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처음엔 영어밖에 못쓰는기간 그 다음엔 들을땐 영어로 듣고 말할땐 독일어로 나오는기간이 있었고 (학원에서 독일어를 매일 하기 때문에 말은 독일어가 나온다. 영어가 안나옴) 그리고 지금은 둘 사이에 갈등없이 독일어가 편해졌다.
그런데 영어와 독일어 혼재기간에는 정말 미치는줄 알았다. 그게 2달쯤 이어졌던것 같다. 영어를 하려고해도 독일어를 하려고 해도 두 언어의 간섭때문에 말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주위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영어를 아주 잘하는 사람은 같은 라틴어계의 다른 언어를 배울때 그 간섭이 나처럼 심하지 않은것 같았다. 나는 나에게 영어가 한국어처럼 사용언어로 자리 잡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머리속에 한국어-영어 변환 시스템이 있었는데 독일어가 들어오며 한국어에 비해 너무나도 유사한 그 둘 언어가 마구 섞여서 주어-목적어-동사 가 각각 다른 언어로 튀어나와서 정말 창피할때가 많았다.
처음 독일에 올때는 워킹홀리데이냐 유학이냐 사이에 확실히 정해진바가 없었는데 조금씩 지내면서 자연스레 역시 유학이구나 싶게 되었고 학교를 열심히 알아봤다. 학교를 알아볼때는 커리큘럼이나 지도교수가 누구냐 등등 디테일하게 보고 싶은데 그게 거의 불가능했다. 독일어에 접근성이 너무 떨어지는데 학교 홈페이지의 모든 내용이 영어로 제공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정보에 접근하려면 독일어를 알아야했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정보를 조금씩 조금씩 알아나가다 한 대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독일어를 잘 하는 친구가 여러가지 세부사항을 알려줬다. 시험은 어떻게 보는지,학기는 어떻게 되어있는것인지 뭐가 필요한지 등등. 지금 생각하면 너무 고맙다. 그냥 읽고 머리속에 이해하는거랑 한국어로 설명해주는거랑 또 다르기 때문에 그 친구가 나에게 적절한 한국말을 골라 설명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썼을 것이다. 고마워요 ㅇㅎㄴㅅㄹ님
그렇게 아 결국 대학이름이 나오게 되네. 라이프치히 대학을 목표로 하고 라이프치히 대학 부설어학원인 인터다프가 워낙에 명성이 높기에 여기에서 공부하고 DSH도 치고 학교도 더 알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라이프치히로 이사하게 됐다. 라이프치히는 처음이었다.
벨린에서 어학을 A1_2 부터 시작했었고 A2_2까지 총 세달을 다녀서 인터다프에 B1코스를 등록했는데 반편성 시험을 보고 A2로 배정되었다. 이건 다 문법때문이다. 문법을 하나도 모르니까. 그리고 인터다프의 특정한 유형들이 있다는걸 알았으면 준비를 했을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찬찬히 배운것은 괜찮은 일이었다. 왜냐면 A2 를 다시하는데도 불구하고 늘 똥줄이 탔기때문..
나는 언어공부를 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중요한 미덕을 내재적으로 결여한 인간인데 뭐냐면 우직한 성실함이다. 직관적 이해력이 발달한 반면(사실임) 성실하게 반복하며 인지하는 습관같은건 아예 없는 사람이라. 이 문제는 고스란히 시험결과에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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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
88.9 |
79.5 |
93.6 |
작문 |
76.2 |
73 |
62.1 |
읽기 |
100 |
85.7 |
88.5 |
문법 |
70,6 |
80 |
66.7 |
말하기 |
75,0 |
73.8 |
72.5 |
b1때 듣기시험을 삐끗했지만 듣기와 읽기 빨로 시험을 매번 통과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말하기 점수가 낮은건 쓰기와 문법 점수가 낮은것과 관련이 있다. 내가 말을 듣거나 반응하는데 속도가 느리거나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 특정한 주제로 내 의견을 말해야 할때 문장을 만들지를 못하는 문제가 말하기에 고스란히 반영이 됐다. 처음엔 발음 지적도 많이 들었는데 (망할 늙은 구강근육이여) 점점 나아졌다.
그리고 제2외국어를 배울때 수능처럼 수용적으로 배우는건 해봤어도 내가 언어를 능동적으로 해본적이 없었던 것도 영향이 있었을 것 같다. 지난 수업 프린트물을 보면 이 닭대가리 같이 다 잊어버린 내가 너무 놀랍고 선생님들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다 갈킨걸 배운적 없다고 눈을 똥그랗게 뜨며 새롭다는 뜻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받아적곤 했으니깐..
현재 c1시험을 봤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 2등급 이상 받아야 쓸모가 있는데. 아마 작문에서 발전이 있지 않을까 싶다. 왜냐면 c1를 끝내기 몇주전부터 내가 작문에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간테스트에서는 듣기와 읽기가 너무 낮게 나왔었는데 아마 지금도 벌써 내가 뭐 틀렸는지 알겠는 상황이니 정말 결과를 잘 모르겠다.
작문의 깨달음을 간단히 써보자면 작문의 기초는 암기라는 점이다.
예전에 영어공부에 대한 영상을 봤는데 거기서 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내가 하려는 말은 이미 누군가 한 말이다" . 우리가 외국어를 배울때 흔히 하는 실수는 문법과 단어 등 기본기를 하고 나면 내가 마음대로 언어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것이란다. 그러나 실은 이미 방대한 그 언어의 세계가 있고 내가 말을 만들어내는게 아니라 그들이 하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는것이다. 내가 작문을 못한게 그러나 이걸 몰라서 못한게 아니다.
작문의 문제점을 세가지로 구분하자면
첫번째. 문법적 실수 : 형용사 변화, 스펠링, 단복수, 관사유무, 어순 등등
두번째. 문장을 틀리게 만드는것 : 난 이 원인을 몰랐었는데 b1때 샘이 붙잡고 한문장씩 설명해줘서 알았다. 내가 가지고있었던 고질적인 문제는 동사의 용법을 무시하고 글을 썼던 것이었다. 이 동사가 자동사인지 타동사인지. dativ를 필요로 하는지 akk를 필요로 하는지, 둘 다 필요로 하는지, 재귀동사인지, 특정한 전치사가 필요한지 등을 다 무시하고 글을 쓰고 있었다. 동사 뜻만 생각하고. 그러니까 어떤 사람들은 동사를 알려줄때 동사 akk 이런식으로 알려주는데, 이걸 받아적긴 해도 이게 왜 중요한지 인지를 못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머리론 아마 알았을것이다 작문할때 철저하게 지켜야한다는걸 무시한거지.
세번째. 글을 못쓰는것. 이건 각 문장의 구성 , 흐름 인데 단계가 높아질수록 사실 중요하다. 마치 한국어로 논설문 쓰듯이 주장과 근거를 채점자가 알아채도록 제시해야 inhalt 점수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내게 이건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리고 작은 문제로는 한국식 표현을 독일어에 적용하는것. 우리가 알게모르게 문화적 은유들이 언어에 반영되어있는데 이걸 고려하지 않은채 1:1 대응으로 독일어로 변환하면 독일인이 전혀 알아 들을 수 없는 문장이 된다. 이건 사실 작은 문제가 아니고 많은 아시아권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인것 같긴한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읽을때 어떤 표현이어떤 상황에서 쓰이는지를 알고 그 표현을 써야한다.
다시 작문의 기초가 암기라는 점에 돌아오자면
동사가 뭘 필요로 하는지를 알고있는게 중요하다. 이건 암기의 영역이다. a2시절 베를린에 있는 도서관에서 당시 다프를 준비하던 친구랑 공부를 자주 했었는데 친구는 새로운 단어를 조그만 단어장에 깨알같이 쓰는데 그때 꼭 타동사인지 자동사인지를 써놨다. 나는 사전에 자동사 타동사가 나오는데 이 점을 비중있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이게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는것을 나중에야 깨닫게 된것이다.
예를들어 뭔가가 끝났다는 말을 쓰고 싶을때
enden 과 aufhören 모두 끝나다 중지하다 라는 뜻인데
목적어가 없이 주어가 끝났다 라고 쓰고 싶으면 죽어도 aufhören을 써야한다. enden은 목적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런 기본을 모르고 그냥 머리속에 아는 뜻을 떠올리며 마구잡이로 글을 썼다. 아마 영어 작문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었다면 이게 낯설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영어를 듣기와 독해위주로만 공부했던것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위의 그 똑똑이 친구가 내가 작문이 어렵다고 했을때 고개를 갸우뚱하며 (본인에겐 내가 이렇게 주구장창 틀린 문장을 만드는게 잘 이해가 안되었던것 같다) 몇가지 팁을 줬는데 하나는 작문하기 전에 필요한 wortschatz 를 써놓고 시작하는것. 그리고 개요를 짜고 시작하는것. 그리고 써먹을 문장 몇개를 통째로 외워놓으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난 이 조언을 c1 에 와서야 적용할 수 있게됐다.
일단 당연히 좋은 작문을 위해 필요한 고급어휘를 내가 알고있는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일부로 써먹을 수 있는 단어를 스펠링을 포함해 '외웠다'. 예를들어 중간테스트 전에 Reaktorunglücken 과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Reaktorunglücken 이래로 . 라는 문장을 외웠는데 중간테스트에 주제가 에너지 전환이 나와서 저 문장을 고대로 써먹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Reaktorunglücken 이래로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커져왔다" 라는 식의 문장을 시험에서 쓰게 되는것이다.
이건 하나의 예인데, 만약에 건강이 주제라면 비만, 성인병, 섭식장애, 고혈압, 등등의 특정한 어휘를 알고 있는것이 중요하다. 에너지라면 "발전시키다"와 같은 에너지와 호응하는 특정한 동사 외에도 "조력발전" "핵폐기물" 같은 특정한 단어를 써줘야한다. 그래서 내가 이 글에서 써먹을 수 있는 어려운 단어와 표현을 유념하면서 글을 써야한다는것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게 아니라.. 영리하게 써야한다.
개요도 마찬가지 이야기인데. 내가 글쓰는데 자신이 있어서 , 그리고 글을 쓰는 습관이 있어서 개요없이 주구장창 글을 써왔다는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길이는 엄청 긴데 주절주절 거리면서 글을 쓰고, 그 주절주절거리는것중에 가끔 +점수를 받기도 했는데 대부분은 주절이었다. 이 학원에서 +점수는 어떤 문제를 일반화하거나 약간 시적으로 쓰면.. 예를들어 가족에 대해 쓸때. "가족은 모두에게 결국에 돌아갈 수 있는 따뜻한 둥지이다" 라거나.. 이게 좋은 예는 아닌데 하여튼 지엽적으로 쓰는게 아니라 뭔가 좀더 .. 아 말하기 어렵다.. .. 하여튼 좋은 문장을 쓰면 +를 받는다. 아마 독일어의 관용적 표현을 잘 이용해도 그럴것같다. 그런건 내가 해본적이없지만
세번째로 친구가 문장을 통쨰로 외워라고할때 내가 감을 못잡았던 부분인데, 무슨 문장을 통째로 외워야 하는지. 그 가장 기본적인 문장들은 바로 <übungen zum wortschatz der deutschen schriftsprache> 에 있는 문장들이다. 그 밖에 자신이 봤을때 아인라이퉁이나 슐루스 로 써먹을만한 문장이 있으면 신문기사나 지문같은데서 보고 외워두는 것이다.
위 책의 문장이 왜 중요하냐면 글을 글처럼 보이게 하는 고급진 문장들. 특별한 테마에 얽매이지 않고 어느 상황에서든 고급지게 주제를 연결하거나 "중요한 문제다" "중요하지 않다"와 같은 어디서든 필요한, 적용가능한 표현들이기 때문이다.
이걸 왜 c1에 와서야 적용할 수 있었냐면 그정도 되는 어휘력과 문장구조에 대한 이해야 기초가 돼야 외울 수 있었따. 암것도 모를땐 외울 수 없었다. 그런데 문장성분이 뭐가 필요한지 아니까 논리적으로 외우지 진짜 외계어 외우듯이 도대체 얼마나 외울수가 있겠느냐는것이다.
다시 . 가장 중요한것은 문장구조에 대한 이해이고. 독일어의 경우에는 영어처럼 5형식이 아니다. 무조건 동사에 의해 결정된다. 그외에 테카몰로라는 법칙이 있긴하지만.
하여튼.. 길게 썼다.
이제 지겨워서 못쓰겠다.
읽기는 그냥 특별한 방법은 없는것같고 듣기에 대해서 다음에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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