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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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신발에 돌들이 들어가서 빼내려고 벗어서 거꾸로 툭툭 털다가 오른쪽 굽이 아예 날아가 있었다는걸 알았다. 3센티정도 되는 굽이 통째로 사라졌으니 뒤뚱거릴만도 한데 언제 이 사단이 났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 이래야 나지. 싶으면서도 하루 종일 뒤에서 보이지 않을까 신경쓰였다.
굽이 떨어져 나갔을 순간을 상상해봤다. 어떤 사고에 의해, 혹은 충격이 누적되다가 아주 자연스럽게 굽은 바닥에 남아있었을것이고 내 발걸음은 바지런히 그 굽을 두고 떠났겠지. 굽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황당했을까, 소리지르고 울면서 날 따라오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미안하고 서글펐다.
길을 지나던 어떤 사람은 굽만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는것을 봤을 것이다. 누군가 자신도 모르게 신발에서 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웃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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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타큘러 팔팔댄스>를 보았다. 안은미를 몰랐었는데, 계속 생각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어떤 부분은 내가 읽을 수 있는 영역인데 많은 부분은 내가 겪어보지 못한 영역이었다. 확실히 나는 몸을 쓰는데 인색하다. 몸을 팡팡 띄어본 것이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몸을 적극적으로 쓰며 살아가기 시작하면 많은게 달라질 것 같다. 나도 그걸 알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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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고 싶진 않지만, 몰개성, 몰취향이 거의 징그럽게까지 느껴졌다. 이건 내가 못견디는 어떤 부분인 것이었나 보다. 나혜석이 남편욕하며 '취미가 빈약하여'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그걸 이해한다.
어찌보면 취향이라는것은 어떤 '예민함'에서 출발하는 것인것 같다. 좋아한다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한다를 자연히 동반하는 개념이다. 처음부터 비판적, 비평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 자신의 선호 또한 발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누구에게나 있는 재주는 아닌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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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책 선물을 많이 받았다. 모두 마음에 든다. 이게 그리 쉬운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