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중

2008년 어느날의 일기.

지렝이 2012. 5. 14.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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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의 시험, 한주의 워크샵주간을 마치고 2주만에 수업을 하려니 아침에 일어나는것도 머리를 굴리는것도 쉽지않다.
알바때문에 수업을 1교시로 밀어놨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지만 아침엔 수업을 째고싶다는 마음이 한가득이다.

쉬는시간에 느티 벤치에 누워서 담배를 후욱하고 불어내는데
노란 낙엽이 하나 둘씩 떨어져내리고 있다는걸 발견하게됐다.
하나, 둘, 셋넨다섯개씩 하늘하늘 후들후들

시간이 지나간다는게 느껴진다.

4년전 이맘때쯤인가 부시가 재선이 되었을때 지나가던 삼성플라자 앞에서 뉴스를 보고
꼼장어에 소주를 기울였다.

소주를 퍼마신 내게 그건 슬퍼할일도, 기가 죽을일도 아니라고, 또 다른 시작이라고 얘기해 준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나는 지금 내 활동의 2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저 신문을 보면 흐르는 눈물에, 가슴에 차오르는 분노에 벌떡 일어나고
혁명의 전략에,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들을 듣고, 선배 활동가들의 이야기에 손뼉을 치면서
그래, 그래, 그래 하며 발부터 먼저 뛰어나가던 가득한 열정과 한편 얇은 안정감을 가지고있었던 때,
어느때보다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아무것도 없어도 열정하나로 신념하나로 살 수 있을것 같았던 1기는 3년을 버텨냈다.

3년의 문턱에 들어와 세상은 열정만으로 바뀌어지지 않는다는것, 열정을 담아내기 위해서 나 스스로도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해야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은 경제적인것이기도 하며 내 신념에대한 안정감있는 확신이 전제되어야한다는 것이기도 했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간을 지나고 캄캄한 어둠같은 미래를 더듬고, 엔진이 나가버린듯 털털거리는 내 의지와 열정을 위로하며 눈물만 흘리던 시기를 지나서

나는 또 다시 2기를 맞이하고 있다.

사람이 강해지는데에는 몇가지의 계기가 있다. 내게 꺾이지 않는 의지로 열정을 발산하는 운동을 보여준 사람은 자신이 홀로 남았을때 강해졌다고했다. 

나는 어떤걸까, 극복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실수에서 출발한 잔인한 실패의 연속들, 스스로에대한 불신.
그리고 시기적절하게 내게 모든걸 그만둘 수 있게 하는 구실을 던져준 사건까지.
모든것들이 나 스스로를 외롭게하고 나를 자책했던 것들이었다.

나는 또 다시 내 손을 잡아주려 했던 사람들을 떠올리고있다. 한때 그림자만 봐도 피하고 싶었던 사람들을 다시 마주하고 다시 힘을 내고있는 내가 얼마나 빛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싶다.


어둡던 내일이 조금씩 밝아온다.
스스로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늘 아래를 바라봐야한다.







2008년, 고민많던 시기의 글이다.
다시 읽으니 마지막 문장이 제일 인상깊다.
아래를 본다.

내가 최초로  정치의식화하고 스스로를 여성주의자라고 규정했을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것은 바로 소수자의 눈으로 세상 바라보기였다. 그걸 놓지지않으리라했었다.

세상에 찌들더라도 꼭 지키자 그걸 지키지못하면 난 아무것도 아닌게될것만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