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중

아버지의 죽음

지렝이 2014. 3. 2. 17:58




 예전에, 아버지를 잃은 한 친구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더니 친구는 뜻밖에도 (이런말이 매우 불경스러운 것이지만이) 홀가분하다고 했다. 난 그 친구의 삶의 결을 이해할 순 없지만 왠지 조금 알 것 같기도 했다.


 살다보니 의도치 않게 이런저런 '토론'의 순간을 맞닥뜨린다. 저번엔 아웃팅에 대해, 또 성매매에 대해 의견의 충돌이 있었고, 어제 책을 읽으면서도 정당에 대한 예술가들의 시니컬하고 아나키한 태도를 보자마자 하. 이럼 안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나의 의견과 타인의 의견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왜 이사람을 설득하려 하고있는 것일까?

내가 설득하고자 하는 정치의 실체는 무엇일까?


스스로의 의문에 당혹스럽게 마주하고 , 내 아버지가 죽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오랜시간 고통스럽게 하기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아버지와의 연 마저 싹둑 잘라내고 나자, 남은것은 황망함 만은 아니었다. 머리속의 구속이 풀어진 느낌이었다. 난 다시 원점부터, 그게 무엇이든 재검토할 자유가 있다. 그게 무엇이든 다시 생각하고 그게 무엇이든 설득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판단을 위해 남의 판단을 빌리지 않아도 되고 내가 옳은지 아닌지를 시시각각 점검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그저 나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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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죽음에 장례를 치러줘야겠다.

49일은 물론, 3년은 애도해줘야 할 것이다.

그동안 찬찬히 생각해보자, 원점에서부터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