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인생의 어떤 막의 끝에서.
최근 많이 무기력했다. 지금까지도, 선뜻 뭔가를 시작하고 생각하고 밖에 나설 생각이 나질 않는다. 아침에 늦게일어나게 되고 밤엔 어지러운 꿈에 시달린다. 종종 눈물이나고, 종종 많이 아프다.
내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시간의 결과가 어떻든, 지금의 내가 어떻든. 꽤 오랜 시간 난 그곳을 돌아가야할 곳이라고 생각했고, 어쩐 이유인지 생각만큼은 잘 되지 않았지만 묵직한 부채감으로 가슴속에 남아있었다. 뭐라도 할 수 있는 만큼 해야한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쉽지 않은것도 있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이유를 알 수 없었던 나의 부침에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기 때문이다. 다시 예전처럼 살기에는 달라진 것들이 많기도 했지만.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뭐라도 해야한다고 느끼긴 했었다.
그건 뭐일까. 난 그저 그 시절의 나를 사랑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첫사랑의 이별만큼 아프게 찢어서 떼어놓은 나의 한켠의 자아가, 미치도록 그리웠는지 모른다. 더 할 수 없이 치열했고, 모든것을 쏟아부었다.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다. 비겁하게도, 이렇게라도 나의 부침, 혹은 보다 일반적인 그 세대의 부침에 대해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어떤 것들을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암적인 존재'가 되어, 난 언젠가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가슴 저편에 고이 만들어놓은 빈 집을 스스로 부수고 말았다. 철저하게. 집은 망가졌다. 다신 돌아갈 수가 없게됐다. 비슷한 집에라도, 다신 안될테다.
일선에서 의연하게 맞서고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고작 내가 이런 투정이나 부리는 것이 볼썽사나울 것이기 때문에, 나의 이런 반응은 그들이 원하는 바도 의도했던 바도 아니기때문에, 조용히 꾹꾹 눌러담아왔는데. 어쩌면 처음부터 이런 일에 이렇게 감정적으로 무너질 수 밖에 없는게 나의 원천적 한계였다. 내가 한껏 미화시킨 내 과거의 기억에서도 난 늘 이렇게 무너져왔던것 같다. 애초에 난 아니었던것 같다. 차라리 솔직해지자.
꿈속에서 그들은 하루를 날 탓하고 대부분은 날 무시하고 놀랍게도 가장 최근엔 내게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나라고 이렇게까지 되는걸 원했겠는가, 실제로는 이런 감정일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난 아는것같았지만 몰랐다 전혀. 내게 이토록 큰 고통을 주게 될지도, 이렇게 되기까지 그들이 밀어부칠것이라는 것도. 실은 몰랐던것 같다.
이젠 난 내 존재가 송두리채 부정당한다는 그 불안감속에서 위태롭게 휘청이고있는 중이다. 그들에게 내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것, 나에게도 그것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인정해야하는데..
최근에 부쩍 심해진 내 불안감이, 자꾸 무엇이든 끌어 주저앉혀서 붙잡고싶어하는 이 마음이 거기에서 오는게 아닐까. 애써 지금 나의 이 불안감의 원천을 찾다보니 생각은 그렇게까지 간다. 현재 내게 중심이 없는게 아닌가. 가장 강고했던 집이 이렇게 무너지고말았는데.
내 지나간 시간은 어떻게 되는 걸까. 마음이 아프고 , 눈물이 뚝뚝떨어진다. 이 공허함을 사람으로 채우려고 할 수록 나만 더 괴로워진다는걸 내가 어찌 모르겠나. 그런데 참 아무것도 손에 잡을 수가 없다. 이렇게 혼자 구석에 쳐박혀 있는 내가 밉다. 내가 이러는게 미안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뭐라고 이렇게 무너진단 말인가. 난 그럴 권리도 없는데.
하지만 내 마음이 무너진다. 처음부터 . 난 그릇이 안됐다.
연애는 할 수록 내 바닥을 드러내는 기분이다. 왜 갈 수록 깊어지지 못하고 말라갈까. 난 그것도 안되는걸까.
아주 오랫동안 긴 잠에 들고싶다.
아무것도 생각하고싶지가 않다.